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친했던 친구를 생각해 보자. 그 친구와 친했던 계기를 머리 속으로 떠올려 보자.
입학했을 때 가까운 자리였다거나 하는 별다른 이유는 아니었는지, 혹은 처음엔 그다지 친하지 않았는데, 취미가 같다는 걸 알고 난 뒤부터 친해졌다든가 반은 다르지만 같은 동아리라 친해졌다거나 하는 경우도 있을 지 모른다.
우리가 학교나 직장 같은 집단에 들어가, 새롭게 친구관계를 만들어 나갈 때, 그 구조에 법칙성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자리가 가까웠다, 함께 당번을 했다. 귀가길이 같았다와 같은 근접성이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근접성이 높으면 함께 있을 기회가 많아진다. 그러면 어느샌가 상대방에 대한 친밀감이 생겨 친해지기 쉬워진다고 설명이 되는데 이것은 단순접촉효과와 같은 메카니즘이다.
근접성을 계기로 친한 관계가 결정되기도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음엔 취미나 태도가 비슷한 사람끼리 친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태도가 비슷하면 친해진다
뉴컴이라는 심리학자의 조사에서 대학 기숙사에 들어간 신입생들은 처음엔 방과 가까운 사람들끼리 친해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태도가 비슷한 사람끼리 친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확실히 비슷한 취미를 통해 친해진다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 매우 흔히 있는 일입니다. 이를 유사성 - 매력가설이라고 부른단. 인간은 서로 자신과 유사한 상대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럼 어째서 우리는 자신과 닯은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일까?
자신과 태도나 취미가 비슷한 사람이라는 것은 '말이 통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만큼 유연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며 자신과 취미나 태도가 동떨어진 사람에게 처음부터 순서에 따라 설명하는 것보다도 스트레스가 덜하다.
또한 자신과 태도나 취미가 비슷하다는 것은 자신의 태도나 취미가 지지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나 하고 있을 일에 대해 평가받고 싶어하고, 좋네 라는 의견에 동의를 얻을 수 있다면 자신이 정당하게 평가받았다는 것이고, 그러한 평가를 해주는 상대방에게 대해 호감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다.
비슷한 사람끼리인데도 사이가 안 좋아진다?
취미나 태도가 비슷하다는 것은 확실히 친해지는데 중요한 원인이 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사이가 틀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이 좋은 고등학생 수진이와 혜영이가 있다고 하자. 둘은 피아노를 아주 좋아하고, 음대를 목표로 함께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어느 날, 피아노 콩쿠르가 열렸는데 수진이는 입선했지만, 혜영이는 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둘 모두 똑같이 열심히 연습했는데도 말이다.
그럼 이일이 있을 후 둘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되었을까?
여기에서는 테사라는 심리학자의 '자기평가유지 모델'로 생각해 보겠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거나 혹은 높이 세우고 싶어한다.
수진이와 혜영이에게 피아노를 치는 것은 자존심과 크게 연관되는 중요한 일이다. 콩쿠르에서 예선탈락한 혜영이는 그만큼 자존심이 떨어지고 만다. 그런데도 자신은 탈락했던 콩쿠르에 입선한 수진이와 함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자존심은 점점 더 수그러들게 된다.
그렇게 되면, 혜영이가 자존심을 지키고 살아가기 위해서 자연히 몇개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1. 피아노를 그만 둔다.
2. 수진이와 소원해진다.
3. 어찌 됐든 좀더 열심히 하겠다 등.
피아노 치는 것이 자신에게 소중하고 더욱이 앞날을 생각한다면 3 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3은 1이나 2보다는 운과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1이나 2를 선택해 버리는 경우도 많다.
취미나 태도가 비슷해도 언제나 사이가 좋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연인 선택은 좀 다르다.
상대방이 이성, 다시 말해 연애의 상대라면 얘기는 좀 달라진다. 물론 이성이 상대방이라도 비슷하다는 점은 중요하지만, 이와 동시에 서로의 역할을 보완해주는 면도 중시된다.
나는 내가 야무지지 못하니까, 야무진 사람이 좋아. 나는 신경질적인 면이 있으니까, 대범한 사람이 좋아 라든가, 자신과는 정반대의 경향을 지닌 이성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연애는 어떤 의미에서 자신에겐 없는 특징을 상대방에게 찾고 제각각 보완하는 것으로, 서로의 관계에 조화를 맞추는 것을 지향하는 면이 있다.